슬롯 사이트, 매장 물건 4시간 내 배달하는 '오늘배송' 시범 도입
'평균 100평' 매장서 2만여 제품 취급...슬롯 사이트 경쟁력↑
"올영·배민 등 성공사례...시장 확대 가능성 크나 진입 쉽지 않아"
![슬롯 사이트가 퀵커머스 서비스인 오늘배송을 시범 선보였다 [사진: 슬롯 사이트 홈페이지 갈무리]](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03/556482_520747_2557.jpg)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유통업계에퀵커머스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올리브영, 컬리 등에 이어 오프라인강자 슬롯 사이트가 참전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슬롯 사이트는 '오늘배송'을 서울 강남·서초·송파 일부 지역에 시범 도입했다. 슬롯 사이트몰을 통해 구매한 상품을 인근 슬롯 사이트 매장에서 집품해 오토바이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문 시 4시간 이내 당일 배송이 가능하고, 이후 주문은 익일 오후 3시까지 도착한다.
슬롯 사이트는 오늘배송 물류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처리하는 만큼, 향후 서비스 확대 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집품·포장(Picking & Packing·PP) 시설이 도심과 가까울 수록 유리한데, 2023년도 회계 기준 슬롯 사이트의 전국 매장 수는 1519개에 달한다. 또 슬롯 사이트의 평균 매장 규모는 100평 이상으로 PP시설로 쓰기 충분하다는 업계 평가다. 현재 신세계그룹·배달의민족·올리브영·컬리 등 퀵커머스 사업자들의 PP센터 규모는 100~150평대다. 일최대 3000건의 온라인 주문을 처리 가능한 대형 PP센터 역시 300평대인 상황으로, 슬롯 사이트의 대형매장이 800평대인 점을 감안하면 PP시설로써 쓰임새는 충분하다.
상품 구색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슬롯 사이트의 매장당 평균 취급 상품수(SKU)는 2만여종으로 신선식품을 제외한 화장품, 의류, 가공식품 및 공산품 등 생활에 필요한 대다수 상품을 판매한다. 이는 대형마트(4만여종)의 절반 수준으로, 퀵커머스 강자인 배달의민족(1만여종) 보다 2배 더 많은 수다. 배달앱을 통해 퀵커머스를 제공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과 비교해도슬롯 사이트가 각각 5배, 10배 더 많다.
슬롯 사이트의 퀵커머스 시도는 수익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제조단가와 인건비가 갈수록 상승하는 가운데 슬롯 사이트의 1000~5000원 균일가 판매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슬롯 사이트는 자체생산과 위탁생산유통을 결합한 제조·벤더복합방식 운영으로 통상 1~2%대인 유통사들과 비교 시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최근 마진율이 꾸준히 줄고 있다. 슬롯 사이트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0.9%, 2022년 8.1%, 2023년 7.6%으로 최근 3년 연속 소폭 감소했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 [사진: CJ올리브영]](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03/556482_520750_4639.jpg)
올리브영의 경우 매장 수와 물류 운영 방식 등에서 슬롯 사이트와 유사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올리브영의 전국 매장 수는 1362개로 체급도 슬롯 사이트와 비슷하다. 올리브영은 주문 당일 3시간 이내 배송하는 '오늘드림'을 서비스하고 있다. 전국 100여개 매장을 PP센터로 활용하고, 그중 대형 점포 20여곳은 대형 PP센터로 운영한다. 배송 방식은 바로고, 부릉 등 배달대행업체들과 계약해 오토바이 배달을 진행한다.
오늘드림은 2018년 12월 출시 시작부터 고객 호응을 얻었다. 코로나19 당시 매장 판매 위주인 올리브영은 타격이 불가피했는데, 오늘드림 서비스로 오프라인 매출 감소분의 20%를 상쇄했을 정도다. 꾸준한 빠른배송 수요 증가에 오늘드림 매출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5배씩 증가했다.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업계의 화장품 판매 확대 속에서도 온라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슬롯 사이트 라이더 [사진: 우아한청년들]](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03/556482_520749_3548.jpg)
배달의민족은 기존 보유한 배달 인프라를 기반으로, 업계 내 가장 빠른 배송을 자랑한다. 최근 기준으로 배달의민족 자체 판매 사업인 B마트의 평균 배달 완료 시간은 27분이다. 기본 배달료는 3000원로 슬롯 사이트보다 45% 가량 저렴하고, 무료배달 적용 금액은 4만원으로 올리브영 오늘드림(3만원) 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로 멤버십인 배민클럽 회원의 경우 B마트 역시 알뜰배달 이용 시 무제한 무료배달을 제공한다. 퀵커머스 서비스 지역도 전국권으로, 이를 위해 배달의민족은 서울·경기, 부산, 대구, 울산, 대전, 천안 등 전국 70여개 지역에 도심형 PP센터를 운영 중이다.
판매 구색은 소포장 신선식품을 비롯, 가공식품, 전자제품, 의류, 주방기구 등 1인 가구에 특화돼 있다. 쿠폰 발행, 유명 신제품 출시 할인 등 프로모션도 상당해 일부 제품군의 경우 전문 유통사들에 준하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우아한형제들의 상품(B마트) 매출액은 출시 이듬해인 2020년 2187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4222억원, 2022년 5123억원, 2023년 688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 기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3.1%에 달한다.
업계는 슬롯 사이트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해 여러 시각을 보이고 있다. 경쟁 포화인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수익 다각화 측면의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고객들 주문서를 시간대별로 수집해 집품, 집배 등을 거쳐 배송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슬롯 사이트는 실시간 주문 처리 및 배송원 연결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슬롯 사이트 시도의 경우 수익성 증명이 필요한 상황으로, 극적인 매출 증가나 영업익 확대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 보수적으로 접근 중이다"고 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배달대행사들 조차 라이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실시간 주문 처리 등 기술적 구현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배달앱에 입점하는 형태로 슬롯 사이트 시장에 직진출 보다는 배달앱에 입점하는 형태로 우회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